계피

2025년 04월 03일

knowledgeseo

계피가 혈당을 낮춰줄까? 진짜 실험 결과는?

건강 정보를 검색하다 보면 자주 보이는 문장이 있다.
“계피는 혈당을 낮춰준다.”
심지어 유튜브 영상, 블로그, 단톡방, 어머니 친구들 사이에서도 입에 붙은 말이다.
그래서 계피물을 하루 한 컵씩 마시기 시작하고, 계피가루를 요거트에 뿌려 먹고, 계피차를 아침 루틴으로 삼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그런데 궁금하지 않았는가?
정말로 계피가 혈당을 낮출까?
단순히 ‘좋다더라’ 수준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있는가?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
모두에게 효과가 있는가, 아니면 일부 조건에서만 나타나는가?

오늘 그 답을 꺼내보자.
그리고 ‘그냥 계피 먹는 수준’에서 벗어나, 시스템으로 적용하는 방식까지 제시해보자.


먼저, 진짜 실험부터 보자.

2003년, 파키스탄의 Peshawar University에서 의미 있는 연구가 진행됐다.
제2형 당뇨 환자 60명을 대상으로, 3그룹으로 나눠 1g, 3g, 6g의 계피 분말을 40일간 매일 섭취하게 했다.
그리고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 혈당이 18~29%까지 감소
  • 총콜레스테롤 12~26% 감소
  • LDL 콜레스테롤 7~27% 감소
  • 중성지방 23~30% 감소

이 논문은 전 세계적으로 퍼졌고, 계피는 순식간에 ‘천연 혈당 조절제’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마구 계피물을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5년 후.
2008년, 미국의 Diabetes Care 저널에서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계피가 혈당 조절에 미치는 효과는 유의미하지 않다.
또한, 2012년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메타분석 결과에서도
계피가 제2형 당뇨에 일정 부분 도움은 될 수 있으나, 표준 치료에 비해 효과는 작고 개인차가 크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즉, 요약하면 이거다.

  • 누군가에겐 효과가 있지만, 누구에겐 효과가 없다.
  • 조건이 맞을 때만, 계피는 ‘약’이 된다.

그럼 도대체 누가 효과를 보는가?

  1. 인슐린 저항성이 있는 사람
  2. 식사 직후 혈당이 급격히 오르는 패턴이 있는 사람
  3. 초기 당뇨 전단계 상태 (공복혈당 100~125 사이)
  4. 활동량은 적고, 고탄수화물 식습관을 유지하는 사람

이런 사람들은 계피의 혈당 안정 효과를 체감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면, 계피의 핵심 작용 메커니즘은 인슐린 민감도를 높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계피 속에는 **시나몰데하이드(Cinnamaldehyde)**라는 물질이 있는데,
이게 인슐린 수용체를 활성화시켜서 세포가 더 쉽게 포도당을 받아들이게 만든다.
즉, 같은 인슐린이 나와도, 세포가 포도당을 더 잘 흡수하게 만드는 것.

한마디로, 계피는 인슐린을 도와주는 조력자다.
그래서 인슐린이 아예 고장 나버린 1형 당뇨에는 큰 효과가 없고,
인슐린은 있지만 민감도가 떨어진 제2형 당뇨, 혹은 그 직전 단계에선 효과가 크다.


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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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경험도 있다.

내가 아는 40대 후반 여성 지인이 있다.
배는 나왔고, 활동량은 거의 없고, 식사는 빵 위주.
건강검진에서 공복혈당이 112로 나왔다.
“당뇨 전단계”라는 판정을 받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때 내가 권한 게 계피였다.
단, 무작정 계피물 마시지 말고, **‘식후 30분 이내에 계피차 한 잔’**이라는 조건을 붙였다.
그리고 ‘기름진 식사 후’에는 계피+레몬 조합을 썼다.

한 달 후,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식후 졸음이 사라졌고, 간식 생각이 줄었다.”
그리고 3개월 후 재검진에서 공복혈당이 101까지 떨어졌다.

계피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계피가 혈당 스파이크를 누그러뜨리는 데 도움을 준 건 분명했다.


중요한 건 ‘어떻게 먹느냐’다.

많은 사람들이 계피를 그냥 뿌리거나, 대충 물에 타서 마신다.
그건 효과 없다. 아니, 오히려 부작용 날 수 있다.

왜냐고?
계피는 종류에 따라 간독성 물질인 쿠마린(Coumarin) 함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계피의 종류

종류특징쿠마린 함량
카시아(Cassia)흔하게 파는 일반 계피높음
실론 계피(Ceylon)‘진짜 계피’로 불림거의 없음

즉, 매일 마시겠다면 실론 계피로 바꾸는 게 필수다.
그리고 차로 마실 땐 끓이는 시간 10분 이내, 레몬이나 생강과 함께 마시면 흡수율과 효과가 더 높아진다.

또한, 계피는 공복보단 식후 20~30분 이내 섭취가 효과적이다.
포도당이 흡수되기 시작하는 시점에 맞춰서 인슐린 민감도를 높여주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요약 정리: 계피, 진짜 약이 되려면

  • 무작정 먹지 마라. 실론 계피로 바꿔라.
  • 공복이 아니라 식후 20~30분 이내에 마셔라.
  • 당뇨 전단계, 인슐린 저항 있는 사람에게 가장 효과적이다.
  • 식후 졸음, 피로, 간식 충동이 잦다면 써볼 가치 충분하다.
  • 1~2번으론 절대 안 되고, 최소 4주 이상은 꾸준히 루틴화해야 한다.

계피는 선택이다.
그냥 음식으로만 소비하면 단맛 향신료에 불과하다.
하지만 조건과 타이밍을 맞추면, 당신의 혈당을 붙잡는 무기가 된다.

그리고 반복한다.
건강은 한 번의 선택이 아니라, 반복 가능한 시스템이다.
오늘 계피차를 한 잔 마셨다고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30일,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방식으로 반복된다면
당신의 혈당, 에너지, 그리고 몸의 흐름은 확실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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