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코넛오일

2025년 05월 20일

knowledgeseo

코코넛오일, 체지방 줄이는 데 효과 있을까?

중쇄지방산(MCT)의 비밀

코코넛오일이 체지방 감소에 도움이 된다는 말,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주장의 핵심에는 ‘중쇄지방산(MCT, Medium Chain Triglyceride)’이라는 성분이 있다. 보통 우리가 섭취하는 기름은 대부분 장쇄지방산(LCT)인데, 이는 체내에서 흡수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쉽게 체지방으로 저장된다. 반면, 코코넛오일에 풍부한 중쇄지방산은 간에서 빠르게 흡수되어 에너지로 전환된다. 저장되기보다는 바로 쓰인다는 뜻이다.

당신이 만약 체중 감량을 위해 기름 섭취를 줄이고 있다면, 코코넛오일은 다소 예외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물론 마법은 아니다. 이것 하나 바른다고 갑자기 뱃살이 빠지는 건 아니지만, 다른 포화지방보다 ‘조금 더 효율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 이론적 가능성은 있다. 실제로 MCT 오일 섭취 시 체중 감량 효과가 있다는 소규모 임상연구도 존재한다.

‘포화지방’이라서 위험하다고?

코코넛오일의 가장 큰 논란은 바로 포화지방이 90% 이상이라는 점이다. 포화지방은 심혈관 질환의 원흉처럼 여겨져 왔다. 실제로도 과도한 포화지방 섭취는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연구에서는 ‘포화지방이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에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중요한 건 ‘포화지방’이라는 성분 자체보다, 그것이 어떤 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대사되는지이다. 코코넛오일에 들어 있는 라우르산(lauric acid)은 전체 지방산 중 약 45~50%를 차지하는데, 이 라우르산은 면역 강화, 항균 작용, 심지어 콜레스테롤 개선에도 관여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연구 결과: 정말 체지방 줄였을까?

2015년, 브라질의 한 연구팀은 비만 여성을 대상으로 코코넛오일 섭취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대두유를, 다른 그룹에는 코코넛오일을 12주 동안 매일 섭취하게 했다. 실험 결과, 두 그룹 모두 체중 변화는 비슷했지만, 코코넛오일 그룹에서 허리둘레가 더 많이 줄어들었다. 이 결과는 코코넛오일이 복부 지방, 즉 내장지방 감량에 더 특화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하지만 반론도 존재한다. “12주? 그게 무슨 과학적 근거냐”고 말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단기적이고 표본 수가 작은 연구는 제한적이다. 또, 코코넛오일을 복용한 그룹이 더 건강한 식단을 유지했는지, 운동을 병행했는지 등의 변수도 통제되지 않았을 수 있다. 그래서 대규모 장기 연구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은 분명한 한계다.

코코넛오일을 섭취할 때 주의할 점

이쯤에서 당신은 “그럼 당장 코코넛오일을 사러 가야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잠깐, 흥분하지 마라. 어떤 음식도 ‘기적’을 만들지 않는다. 코코넛오일 역시, 하루 몇 스푼 먹는다고 해서 체지방이 스르륵 녹아내리진 않는다. 게다가 과도한 섭취는 오히려 체중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 왜냐면, 아무리 중쇄지방산이라고 해도 결국은 칼로리이기 때문이다.

한 스푼에 약 120kcal. 커피에 한 숟갈씩 넣는 방식의 ‘방탄커피’가 유행했지만, 동시에 포만감을 주지 않아 과식으로 이어질 수 있는 함정도 있다. 그러니 전략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일반 식용유를 완전히 대체하거나, 간헐적 단식이나 저탄고지 다이어트와 결합했을 때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

코코넛오일의 다른 건강 효과들

체지방 감량 효과 외에도 코코넛오일은 다양한 건강 효능으로 주목받고 있다. 항균, 항바이러스 특성은 라우르산 때문인데, 이 성분이 체내에서 모노라우린(monolaurin)으로 전환되면서 병원균의 세포막을 파괴한다는 보고가 있다. 일부 연구에 따르면, 헤르페스 바이러스, HIV, 심지어 독감 바이러스에도 억제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또한 뇌 건강에도 좋다는 주장이 있다. MCT는 간에서 케톤체로 전환되는데, 케톤체는 뇌의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다. 특히 알츠하이머 같은 인지질환 환자에서 뇌 기능 개선을 유도할 수 있다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코코넛오일을 ‘브레인 푸드’로 부르기도 한다.

“그래서 먹어도 돼? 말아야 돼?”

당신이 만약 “지금이라도 코코넛오일 사 먹어야 하나?”라고 고민하고 있다면, 질문을 이렇게 바꿔보자. “나는 평소 어떤 식단을 유지하고 있으며, 어떤 식용유를 얼마나 자주 먹고 있는가?”

만약 당신이 트랜스지방이 많은 가공식품이나, 산화된 식용유를 자주 섭취한다면, 그 대안으로 코코넛오일은 훌륭한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하고 있고, 굳이 코코넛오일을 추가해야 할 이유가 없다면 ‘필수’는 아니다.

당신에게 필요한 건 오일이 아니라 ‘시스템’

이 글을 여기까지 읽은 당신은 아마 체중 감량, 혹은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은 사람일 것이다. 그런데 명심하라. 당신을 살찌우는 건 절대 코코넛오일이 아니고, 당신을 날씬하게 만드는 것도 절대 코코넛오일 하나는 아니다.

결국 중요한 건 ‘시스템’이다. 당신이 하루에 몇 번 먹는가, 식사 간격은 어떤가, 단백질은 충분히 섭취하고 있는가, 활동량은 어떤가, 수면은 잘 자고 있는가. 이런 요소들이 얽혀서 당신의 몸을 결정짓는다. 코코넛오일은 이 시스템의 보조재일 뿐이다.

정리: 요약과 실천 포인트

  • 코코넛오일은 중쇄지방산(MCT)이 풍부하여 빠르게 에너지로 전환된다.
  • 일부 연구에서 복부 지방 감소에 효과를 보였으나, 장기적이고 대규모 연구는 부족하다.
  • 항균, 항바이러스, 뇌 기능 향상 등 부가적 건강 효과도 있다.
  • 과도한 섭취는 칼로리 과잉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 다이어트에 진심이라면, 오일이 아닌 ‘전체적인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건 이거다. 냉장고에 있는 오래된 식용유를 점검하라. 유통기한이 지난 건 바로 버리고, 가능하다면 식용유를 한 가지 이상으로 다양화하라. 식물성 오일, 들기름, 코코넛오일, 올리브유 등 번갈아 쓰는 게 좋다. 특정 오일만 고집하는 건 건강에도 좋지 않다. 그리고, 절대 잊지 마라. 어떤 오일도 기적을 만들진 않는다. 기적은, 당신이 만든 시스템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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